교구 보도 자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님께 봉헌하며, 겨레의 회개와 해방과 구원을 위하여

  • 2020월08년18일
  •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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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성모님의 승천을 경축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 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을 생각하면 오늘 미사 제1 독서에 나오는 태양을 입고 발 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쓰시고”(묵시 12,1) 계신 마리아님의 모습을, 마음 속에 그려 보게 됩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마리아께서,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어 죄와 죽음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신 것이며, 당신 아들의 부활에 독특하게 참여한 것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앞당겨 실현 한 것이니 오늘은 참으로 기쁘고 뜻 깊은 축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은 우리를 당신 아드님이신 주님께 이끌어 주시는 길잡이이시며. 성모님과 함께할 수록 주님을 더욱 닮을 수 있고, 주님을 닮을 수록 성모님과 더욱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새로이 하며, 믿음과 희망을 안고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은 우리 신자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백성에게도 참으로 뜻 깊은 날입니다. 75년 전 오늘 1945815일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됐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3년 뒤 1948815일에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정부를 수립해 정식으로 독립국가의 모습을 갖춘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일본이 패망을 자초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것도 바로 194112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축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성모님은 우리 겨레의 고난과 해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 민족이 당신 아드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으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않도록”(갈라 5, 1)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보다 우리를 더 보살펴 주십니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이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늘 복음화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원래 우리 나라와 교회는, 박해 시대 때부터 성모님께 봉헌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신부님들은 성모님을 조선의 여왕이며 수호자로 선포했고 조선의 8도강산을 따라, 여덟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 마다 서로 다른 축일의 성모님의 보호에 의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께서는 제2대 조선교구장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성() 앵베르(Imbert), 한국 이름으로 범세형 라우렌시오 주교님의 청원에 따라 1841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조선 교회의 수호자로 정하셨습니다.

또한,6대 조선 교구장 리델(Felix Claire Ridel), 한국 이름으로 이복명 주교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서/ 1858년 발현하신 루르드에/ 1876년에 세워진 대성전을 축성할 때,한국에 함께 항해하며 올 두 신부님들-리샤르 (Richard) 신부님, 블랑(Blanc) 신부님-과 공동 명의로 바다에서 심한 풍랑으로 고생하던 조선 반도의 선교사들을 보호해 주셨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새겨 넣은 대리석판(石板)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봉헌하셨습니다.

(8대 교구장 민덕효 Mutel 아우구스티노 대주교님은)

우리 명동 성당은 1898년 성당 축성식에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봉헌됐습니다.

 

오늘 이 기회에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유일무이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사도좌와 우리를 맺어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교황청은 가경자(可敬者) 비오 12세 교황님의 지시에 따라 남한의 신생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넉 달 만인 19481212일 파리에서 개최된 UN 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 받도록 지원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한 분들은 바로 당시 프랑스 주재 교황대사 안젤로 론칼리(Angelo G. Roncalli) 대주교님 (후에 성 요한 23세 교황), 비오 12세의 선견지명을 갖춘 최측근 보좌관 도메니코 타르디니(Domenico Tardini) 몬시뇰님, 조반니 바티스타 몬티니 (Giovanni Battista Montini) 몬시뇰님 (후에 성 바오로 6세 교황),그리고 주한 교황사절 메리놀회소속패트릭번(Patrick,Byrne방일은- 근현대순교자81위분의한분입니다.)주교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승인 덕분에, 70년 전 북한의 침략 전쟁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맞았을 때 UN이 군대를 보내 우리를 도와 줄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우리가 남한에서만이라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과 성모님의 보살핌 그리고 교황청과 교황님들의 실질적인 도움에 대해 다시 한번 충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해 마다 오늘이 되면 성모님의 대축일을 경축하면서 동시에 민족 해방,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것이 영적으로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녘의 형제 자매들은 우리와 함께 이 기쁨을 나누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프기 그지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북녘의 형제 자매들은 일제의 억압에서 풀려나자 곧 이어 들이 닥친 공산 독재 정권 아래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인간의 기본권마저 억압 당한 채 여전히 곤궁한 삶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북한 공산 정권은 사회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불의한 부의 분배와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만, 잘 알려진 대로, 북녘의 현실은 다릅니다. 그러한 정치 체제를 통해 가난하고 억압 받던 백성들의 삶의 조건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진 것입니다. 이 체제는 도와주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실은 손해를 끼치는 나쁜 해결책이라는 것,. 악보다 치유책이 더 나쁘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북한 정권은 백성들이 생활고에 허덕이며 비인간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핵무장을 증강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마주하며 듣는 오늘 복음(루카 1,39-56)의 성모 찬가(Magnificat) 여느 때와는 다른 감동으로 우리 마음에 다가 옵니다.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을 기뻐하며 들려주시는 이 노래는 죽음을 이기고 악의 세력을 물리치신 그리스도님의 승리를 통해 이뤄질새 하늘과 새 땅을 예고하는 해방과 구원의 찬가이기에 한반도 모든 백성에게, 특히 이 땅의 남과 북 모든 하느님의 백성에게 커다란 기쁨과 희망, 위안과 용기를 줍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인간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바꿔놓는, 권세 있는 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신, 구세주께서 이루신 하느님의 위업’(사도 2,11) 찬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하느님의 위업 인간의 힘, 곧 무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능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정의를 다시 세우시며 억압 당하던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한편 당신의 주권을 무시하며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짓밟는 자들을 내치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모 찬가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신 모든 약속,- (곧 세상에 구세주가 오시고 그리하여 우리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주는 메시지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확신에 찬 희망으로 가득 채워 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필요한 것은 모두 채워주고, 우리의 간청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믿음의 메시지입니다. 성모찬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분의 권능의 팔에 자신을 맡겨 그 분의 이끄심에 따라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습니다.

 

이러한 해방은 복음적 해방을 말합니다. 그것은 경제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비롯한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현대의 복음선교?라는 귀중한 교황 권고를 통해 우리에게 일러 주시는 바와 같이, “복음 선교가 선포하고 준비하는 해방이란 그리스도께서 친히 선포하시고 당신의 희생으로 인간에게 주신 해방입니다.” 이러한 해방은 하느님 나라를 그 토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하느님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이러한 해방을 이루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겨레의 참다운 해방을 이루려면 이와 관련된 한반도 남과 북, 국제 사회의 모든 지도자를 비롯한 모든 이의 회개”(마르 1,15; 마태 18,3; 루카 13,3; 이사 30,15)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죄와 죄의 구조(, 곧 죄를 증가시키고 널리 퍼뜨려 죄가 더욱 횡행하게 하는 구조)와 사악한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회개가 필요하고 기본이 되기에 말입니다.

 

회개는 무엇을 뜻합니까? 것은 무엇보다 죄를 뉘우치며 믿음 안에서 전적으로 그리스도께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죄와 세상의 구습을 버리고 믿음으로 복음적인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받아 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교회가 그토록 회개를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이상적이고 지혜를 다하여 구상한 체제라 하더라도 인간의 비인간적인 성향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이 체제에 살거나 그것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마음과 정신을 바꿔 하느님을 향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그 체제가 곧 비인간화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인간화한 체제는 인간 구원을 방해하는 커다란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 우리 교회와 우리 교구는 항상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인간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북녘 동포들의 참된 해방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사실 북녘의 평양, 함흥, 덕원, 이렇게 세 교구의 신자들도 교회가 말살 당하기 전까지, 위협적인 무신론적 공산체제를 막아 주시기를 간청하는 기도를, 특히 파티마의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와 함께 열심히 드렸었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5년 동안 민족화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번도 빠짐 없이 매주 화요일 저녁 이곳 명동 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는 미사와 묵주의 기도를 바쳐 왔습니다. 특히 근년에 와서는 개인으로나 가족으로나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남몰래 신앙 생활을 하고 있을 북녘 형제 자매들을 위해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를 비롯한 기도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이 밖에도 북한 백성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우리 사회에, 특히 젊은 세대에게 평화 교육, 민족 간의 형제애, 사랑의 문화, 등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도 능동적으로 효과 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민족화해 위원회가 창립 25 주년을 제대로 기념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그 동안 전문성을 갖고 성실하게 봉사해 오신 이 위원회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근본 목적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되라고 분부하시는 명령을 어김없이 실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오로지 복음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화의 군왕(이사.9, )께서 세상의 앞날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하느님께 올라가는 고통 받는 이들의 탄식하는 소리, 여전히 평화와 정의를 요구하는 그 소리를 듣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과연 무고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었는지 셈을 바쳐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6.25 전쟁 발발 70 주년을 맞는 올해, 그리고 민족 해방 75주년을 맞는 바로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평양 교구장 서리로서 평양 교구를 파티마의 성모님께, 하와가 불신으로 묶어 놓은 것을 믿음을 통하여 풀어 주신 성모님, 아드님 밑에서 아드님과 함께 구원의 신비에 봉사하고 계시는 새로운 복음화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봉헌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백여년 전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이 땅의 무신론자들의 회개를 위해 성모님께 어머니의 전구를 간청합니다.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커다란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희망으로 가득 채워 주시는 당신 권능으로  한반도 우리의 삶의 터전에 새로운 세상이 태어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리하여 하루 빨리 남과 북 모든 이가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민족 해방의 날인 오늘을 참 해방의 날로 기뻐하며 손에 손 잡고 함께 경축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겸손되이 간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저희의 이러한 노력을 아버지로서 지원하고, 격려하는 메시지와 사도적 축복을 보내 오셨습니다. 우리 민족의 진정한 발전과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위해 늘 기도하시며 전 세계 모든 신자들에게 당신과 함께 기도하기를 청하시는 교황님께 충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성모 찬가의 말씀이 다 이뤄졌듯이 우리의 이러한 간청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성모님께 기도합시다.

 

한국 교회의 주보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는 저희를 항상 인도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저희 백성을 희망의 빛으로 위로해 주시는 성모님,

불의와 억압에 시달리는 당신 자녀들을 굽어보소서.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저희에게 혜와 용기를 갖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충실한 제자로서

화해와 일치와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멘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평화의 모후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평화의 모후님, 세계 평화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파티마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